2020. 9. 28. 19:24ㆍTrip
Mungo National Park에서 돌아 나온 후 일정은 Mildura, Broken Hill, Moree, Brisbane을 거쳐 Sydney로 되돌아 가는 코스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거리는 대충 5,000km. 이 정도의 거리를 나선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설 텐데 이런 여행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관계로 가볍게 나섰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게! 게다가 한 가지 간과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것이다. 호주는 남반부에 위치 한 관계로 크리스마스 시즌 무렵이 한여름이다.
첫번째 난관은 더위. 한여름이라서 기본적으로 더운 데에다 Outback은 내륙 깊숙이 위치 한 관계로 해안가에 위치한 다들 아는 도시들보다 10도 이상 더 덥다. 한낮에는 45~7도 정도, 밤중에도 33~5도 정도로 덥다. 눈 앞에 절경이 있어도 차 문을 열고 나가기가 겁나서 눈에만 담고 패스 한 곳도 여러 곳이다. 가볍게 나선 이 가 텐트는 준비해 왔겠는가! 텐트 없이 차에서 잘 요량으로 그냥 왔는데 더운데도 모기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곤역이었다. 모기약, 모기향? 당연히 안 가져왔다.
두 번째 난관은 휴업.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영업을 중단하고 휴가를 떠나는 가게들이 태반이다. 대도시가 이런데 인적 드문 오지는 오죽하겠나! 식당은 물론이고 주유소들도 거의 문을 닫았다. Mungo National Park에서 출발한 후 가장 중요한 점검사항이 지금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와 그 거리안에 문 연 주유소가 있을만한 동네를 찾는 것이다. 한 마을과 마을의 사이 거리가 대충 100여 km, 작은 마을에는 문을 연 주유소가 없고 두 세 마을 건너서 하나 있는 조금 큰 마을에 한 군데 정도 문을 연 주유소가 있었다.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그 외에 식사, 세면 등등 몇 가지 더 있으나 구차해지는 듯하여 생략.
그러나 덥고, 오지에다 연휴 기간이라는 것이 어렵고 곤란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에 중간중간 목적지를 세팅하고 길안내를 시작하면 '150km 직진' 이러고는 말이 없다. 그렇게 세상 제일 팔자 좋은 네비가 잠을 자는 동안 심심해서 죽을 거 같은 그때 맞은편으로 스쳐 지나가는 차 한 대를 만나면 몇 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한다. 대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귀하다 보니 길 가에 있는 쉼터에서 누구라도 만나면 인사는 물론이고 커피도 심심치 않게 얻어 마시는 경우도 생긴다. 문 닫고 동네 파티 준비하던 주유소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기도 했고....!
그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넓은 하늘, 넓은 들판, 아무도 없는 도로를 음악을 들으며 나 혼자 달릴때 느끼는 그 독특한 공간감이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운전해서 달릴 뿐, 그뿐이다! 그러다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나오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길 중앙으로 나서는데 머리고 얼굴이고 꾀죄죄 해도 그때만큼은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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