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산책, Cathedral Rock

2022. 2. 20. 18:53Trip

Cathedral Rock National Park. 

5년 전,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마침 날씨가 꾸물거리기에 비구름에 둘러싸인 Cathedral Rock를 기대하며 출발. 브리즈번에서 Cathedral Rock 까지는 430km. 중간에 쉬어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아침에 도착을 목표로 0시에 출발했으나 쉬기도 많이 쉬었고 공사하는 구간이 너무 많아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는 아이폰 13 프로 맥스의 Cinematic 기능을 사용해 볼 요량으로 무거운 카메라는 놔두고 가볍게 아이폰만 들고 나섰다. 

 

Cathedral Rock은 예상대로 간간히 비를 내리며 구름이 잔뜩 몰려 다니고 있었고 정확히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코스는 Cathedral Rock Loop Track으로 들어서서 약 2km 정도 가다가 Summit Walk and Rock Climb로 갈아타고 Cathedral Rock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Cathedral Rock Loop Track은 말 그대로 한 바퀴 도는 길이라 출발점에서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아무 상관없다. 나는 전에도 그랬듯이 왼쪽으로 출발.

 

Cathedral Rock은 가장 최근에 큰 산불을 겪었는데 그래서인지 현재 열심히 치유중이다. 나무들은 온통 검게 그을리고 여기저기 산불 진화를 위해 잘린 나무들이 널려 있었지만 땅에서부터 녹색의 기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의 검은 상처들은 오래가겠지만 시간이 가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나비랑 새랑 뱀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Summit Walk and Rock Climb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카메라는 접고 두 손 두 발을 사용하며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 길이는 500m이지만 난이도는 Grade 5의 구간이다. 오리걸음 자세로 돌 밑을 지나가야 하고 쇠사슬을 붙잡고 레펠도 해야만 한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얼마나 갔을까?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미끌하며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순간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 둔 텀블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 내려갔다. 그동안 생활 흠집 하나 없이 사용한 녀석인데 어쩌겠는가 전우를 두고 갈 수는 없다. 다시 내려가 잘 챙긴 후에 다시 출발, 등산용품점에 있는 텀블러 뚜껑에 고리가 달려 있는 이유를 그때 알았다. 저질 체력으로 아등바등거리며 정상에 올라보니 5년 전 모습 그대로이다. 바람 불면 굴러 떨어질듯한 모습의 바위도 그대로이고 변한 것은 나뿐이었다.

구름에 휩싸인 Cathedral Rock, 생각했던 그대로다! 잠시 앉아서 숨도 고르고 가지고 온 과자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아니, 생각했던 그 이상이다. 멋있는데? 그러면서 든 생각이 여기도 이 정도인데 다른 소문난 유명한 곳 들은 얼마나 더 멋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로 끝이 없다.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Cinematic의 기능들을 경험해 볼 시간인데 그런데 막상 판을 만들어 주고 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막….! 그래서 여기저기 들이대며 찍어댔다. 바위를 돌아 숲 속의 들어가는 구름들도 찍고, 바위에 붙어서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작은 꽃들도 찍고, 구름에 파묻혀 사라지는 바위도 찍고 그렇게 이거다 싶은 것들은 모두 찍었다. 그렇게 찍어본 결과 제대로 된 Cinematic의 조정은 좀 더,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번은 처음 해 보았다는 걸로 만족하기로….! 협조해 준 Cathedral Rock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다른 실력 있는 작가분들을 만났더라면 꽤 근사한 자태를 뽐낼 수 있었을 것이다.

5년 만에만난 구름속의 Cathedral Rock, 강하게 되살아나고 있었고 여전히 변함없었기에 믿음직 했다.

 

https://youtu.be/SaAF7LKd_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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