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낚는 Wooli Beach

2023. 5. 28. 10:58Trip

비치 깨기 5편. Wooli Beach.

비치 깨기는 일명 도장 깨기에서 따온 카피작이다. 하지만 도장 깨기는 유명한 고수들을 찾아가는 반면 비치 깨기는 유명하지 않은,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비치만을 찾아가는 것이 나름의 규칙이다.

Wooli Beach는 그런 이유에서 최적의 조건을 가진 비치이다.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세 시간 반 정도의 거리, NSW 주 Yuraygir National Park안에 위치하고 있다. 퍼시픽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네비가 이리 가라 해서 가기는 하는데 이 길이 맞나 싶을 때쯤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외진 곳이란 점이 만족.

다른 비치의 특색은 서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는 점인데 이곳에서는 딱 두 명 이외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꾼, 낚시꾼들이 먼저 보인다. 꾼이라고는 했지만 꾼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와는 거리가 멀고 뭐랄까 굉장히 쿨한 느낌, 또는 은둔고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꾼들은 혼자 낚싯대 대여섯 개를 깔고 군데군데 통발도 던져 놓고 각종 화려한 장비들을 뽐내는데 이곳 사람들은 낚싯대 한 개 들고 와서 바위 위에 서서 낚시를 즐긴다. 장비 따위! 그리고 그를 따라와 지켜보는 견공(?). 내 눈에 이들에게는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낚시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몇몇은 해변을 산책하고 몇몇은 바비큐를 안주 삼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밝은 햇살, 시원한 바람, 맑은 물, 잔잔한 파도, 새들의 재잘거림, 그리고 사람들이 조용히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는 곳, Wooli Beach.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찾아가 여유로운 하루를 즐겨보라 권하고 싶은 곳이다.

https://youtu.be/gG8T4M57rkI

 

'Tri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한 균형의 존재감, The Sphinx  (0) 2024.04.27
뜬금없이 독특한 Flat Rock  (0) 2024.04.27
서퍼들을 보러간다. Angourie Point Beach  (0) 2023.05.14
캥거루와의 자만추. Emerald Beach  (0) 2023.05.14
The Pyramid  (0)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