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도 눈이 내린다 / Kosciuszko National Park

2020. 5. 12. 22:42Trip

 

 

호주 살면서 호주에도 눈이 내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만 있는 건가? 암튼, 남들은 겨울에 Mount Kosciuszko로 스키를 타러 간다지만 나는 사진을 찍으러 간다.
Mount Kosciuszko.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 그 타이틀에 걸맞게 구색을 갖추는 건지 겨울이면 온통 눈 천지다!  눈이 오면 얼마나 올까? 했었는데 눈 덮인 산속의 호수를 찍고 싶어서 가려던 길은 눈에 덮여 중간에서 사라져 버리고 통행금지, 얼쩡거리던 길 가에서 그나마도 체인을 갖추지 않았다고 추방당했으니 만만하게 보다가 제대로 한방 맞은 셈이다.  

 

 

 

그러나 정상 공략이 실패 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곳의 또 다른 이름은 Kosciuszko를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아는 Snowy Mountains. 굳이 정상이 아니어도 눈은 얼마든지 있다. 막혀버린 Kosciuszko Rd를 돌아 나와 제일 좋아하는 Suowy Mountains Hwy로 들어가면 순백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Suowy Mountains Hwy는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눈, 눈, 눈… 이미 내린 눈, 지금 내리고 있는 눈, 저 멀리 순서를 기다리는 눈까지 온통 천지가 눈이다. 이쯤되면 뜨거운 태양과 파란 바다로 이야기하던 호주의 상징을 눈 덮인 산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얗게 변한 들판에서는 기준을 삼을 대상이 모호해지기에 거리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더욱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힘들어지지만 흐릿한 그 모습 그대로 근사하다. 
근사하다! Kosciusz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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